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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공의 적, '기레기'를 없애는 방법

 

ⓒ 오마이뉴스

미쳤다.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지난 몇 주간 이 나라 언론은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광란의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

 

3주간 쏟아낸 기사만 무려 70만 건. 그것도 '조국' 단 한 사람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쯤되면 거의 죽기살기로 이 사안에 매달렸다는 얘기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이 어머어마한 기사량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단지 양적으로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헤드라인은 손꼽을만 하다. 헤드라인은 주술사의 '주술'과도 같다.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이미지이며, 또렷한 '문신'이다. 다들 안다. 기사 내용은 잊어도 헤드라인은 기억한다는 사실을.

 

언론은 조 후보자 관련 기사의 대부분을 선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헤드라인으로 뽑고 있다. 3주라는 짧은 기간 그런 기사 70만 건이 삐라처럼 무차별적으로 뿌려렸다. 제대로 된 반론이나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흡사 인민재판 하듯 난도질을 해댔다. 그렇게, 조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을 향해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언론의 집중 공세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광기 어린 폭주다. 언론은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이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될 폐륜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들쑤셔댄다. 조 후보자는 의혹의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이미 피의자요, 범죄자다. 적어도 대중의 뇌리 속에선 그렇다. 인격살인도 마다 않는 언론의 막가파적 행태는 칼을 들지 않았을 뿐 조폭의 그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집요하고, 폭력적이고, 잔인하기까지 이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처음에는 조 후조자를 들쑤시다가 배우자, 부모, 동생 부부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더니 이제는 딸에게 촛점을 맞춰 파상공세를 펼친다. 장학금이 어쨌느니, 논문이 어쨌느니, 급기야 자기소개서 내용 하나하나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사돈에 팔촌, 친인척까지 두루 훑는 것도 모자라 딸자식의 자소서 내용까지 파헤쳐, 부정적·선정적 헤드라인을 전면에 내걸고 깨알 같이 보도하고 있는 이 나라 언론. 구역질이 난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어이가 없는 건 파고 파고 또 파도 조 후보자가 의혹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언론이 집요하게 조 후보자 가족들을 먼지털 듯 후벼파고 있는 저의일 터다. 저인망식으로 바닥까지 구석구석 다 들어내다보면 '뭐 하나라도 걸리겠지'하는 저열한 심리가 그 기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 코미코

 

최근 '기레기'란 낯뜨거운 별칭이 재소환되고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은 내팽개친 채 인격을 유린하든 말든, 의혹이 사실이든 말든, 아니면 말고 식으로 턱 던지고 보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이다.

 

'기레기'는 왜 창궐하는 걸까. <직썰> 편집장인 정주식씨는 '기레기를 없애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기레기를 없애는 방법은 기레기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나쁜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가명 뒤에 숨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기레기 말고, 나쁜 기자의 이름을 크게 불러야 기레기가 사라진다"고 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잡범 몇 놈 잡는다고 범죄조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조직을 소탕하려면, 똘마니를 조질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있는 대가리를 노려야 한다. 그래야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

 

기레기도 마찬가지다. 기레기는 장기판의 말이요, 꼭두각시일 뿐이다. 기레기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비판한다 한들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기레기 하나를 치운다 해도 그 자리를 다른 기레기가 대신하면 그 뿐이다. 일개미를 백날 죽여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범죄조직을 뿌리 뽑기 위해선 조직의 맨꼭대기에서 온갖 패악질을 지시·감독·조정하는 놈, 그 한 놈을 제거하는 편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레기를 없애려면 기레기가 양산되고 있는 소굴을 깨부셔야 한다. 기레기들이 마음 놓고 기레기짓을 하도록 사주하는 놈이 버티고 있는 곳, 그 성전을 겨눠야 한다는 얘기다. 흥분하지도, 혼동하지도 말자. 기레기 논란의 핵심은'기레기'가 아니다. 그들의 '숙주'다. 그 곳을 건드려야 한다. 그래야 '기레기'가 사라진다. 

 

PS. 오늘 글의 제목은 원래 '기레기와 검찰, 그리고 윤석열'이었다. 업무가 바빠 검찰, 윤석열 관련 내용은 다음으로 미뤄둔다. 검찰, 그리고 윤석열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