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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국 민정수석은 왜 "도와달라"고 간절히 읍소했나

사법개혁 논의의 두 줄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공수처는 대통령,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다.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공수처 신설은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결사 반대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당초 검경수사권 조정은 여야 모두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6월 21일 정부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별도의 법안을 제출하는 대신 의원 입법으로 대체했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에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사개특위 검찰·경찰 소위원회는 간담회를 통해 정부 입장을 반영한 이른바 '백혜련안'을 토대로 각론을 조문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소위원장), 백혜련·박범계·표창원 민주당 의원, 이철규 한국당 의원 등은 '검찰 직접수사 범위', '경찰 수사권 종결', '검찰 보완수사' 등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순항하는 듯 했던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검경소위에서 곽상도·함진규 한국당 의원이 '간담회안'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정치권 및 국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두 의원은 각론 부분에서 각 당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표창원 의원은 "네차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분들이 마지막에 와서 '난 모른다, 그러니 논의할 수 없다'고 하니 정리가 안 된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8일에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검경소위에 참석한 곽상도 의원은 지난달 19일 위원들이 합의했던 간담회안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검경소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간담회를 거쳐 나온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같은당의 이철규 의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페이스북에 남긴 검찰개혁 관련 글을 문제삼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앞서 조국 수석은 6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은 행정부와 여당이 협력하여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였고 사개특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국회 의석 구조를 생각할 때 행정부와 여당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찬성 여론 역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살펴본 것처럼 한국당의 반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의 경우 경찰에 1차수사권을 부여하는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여야가 의견을 모은 상황이었지만 한국당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간 모양새다. 곽상도 의원이 발의한 '수사청법'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터라 합의가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의 입장 선회로 연내 표결이 무산된 '유치원3법'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늘 이런 식이었다. 국회로 넘어온 개혁법안과 각종 민생 법안들이 공전을 거듭하는 이면에는 이처럼 한국당이 각을 달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이 한국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선거법 개정에 미온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정하며 긍정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과 달리 한국당은 이를 권력구조 개편과 연계하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각종 개혁 법안 중 한국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한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가정보원법,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법, 공정거래법, 공직선거 개정안 등의 개혁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데 이어, 유치원3법 등의 민생 법안 역시 한국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눈여겨 볼 것은 한국당의 반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정부 정책에 대해 습관적인 반대와 몽니로 일관하고 있다. 각종 개혁·민생 입법은 물론이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서도 한국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생산적인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를 위한 반대'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의 행태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김태우·신재민 파문' 등 각종 논란에 대한 대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당은 정부의 개혁·민생 입법, 남북관계 등과 관련해서는 줄기차게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에는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만 해도 한국당은 청와대 감찰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 등에 대해 특검과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한국당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한국당이 지금처럼 정부 정책에 대해 맹목적인 비판과 반대로 나올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와 개혁이 표류하게 될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조국 수석이 국민을 향해 "도와달라"고 간절히 읍소하고 나선 배경일 터다. 여소야대의 한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역시 지금처럼 흘러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의 발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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