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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홍지사님, 축구단까지 해체하겠다는 겁니까?


프로축구 시민구단 경남FC는 지난 6일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광주FC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경남FC는 2부리그로의 강등이 확정됐다. 강등이 확장되자 경남FC의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경남FC의 2부리그 강등을 '지도부의 무능의 소치'라며 공언해온 대로 팀 해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광주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남FC가 2부리그로 강등되면 스폰서도 없어지고 더 이상 팀을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글을 남겨 경기결과에 따라 팀 해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강등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 8일 "경남FC 사장, 임직원, 감독, 코치 전원 일괄 사표를 받도록 하라. 또 경남FC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감사 결과를 보고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팀 해체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공공재인 시민구단을 두고 "프로는 과정이 필요없다. 결과만이 중요하다. 따라서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나쁜 것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선 철저한 시장주의자로서의 비릿한 면모가 연출된다. 


이같은 장면은 아주 낯익은 모습이다. 그는 경남지사에 취임하자 마자 숱한 논란과 도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마저 시장의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는 그의 철학과 독선으로 말미암아 100년이 넘게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온 진주의료원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공공재인 시민축구구단 경남FC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의 절대군주 홍준표, 그의 눈밖에 나면 의료원도 축구단도 하루아침에 없어질 운명에 처해지게 된다. 해체종결자 홍준표. 나는 이제 그를 이렇게 부르겠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해체를 검토하겠다는 경남FC는 지난 2005년 12월5일 경남도민들의 도민주 공모로 프로축구 제14구단으로 창단했다. 경남FC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K리그에 참여했고 2008년과 2012년 FA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탄탄한 실력을 갖춘 중위권 구단으로 명망을 이어왔다. 그런데 경남FC는 2013년 시즌부터 성적이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경쟁력있는 중위권 구단으로 순항하던 경남FC의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원인을 다름아닌 홍준표 경남지사가 제공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사퇴압력으로 어제(9일) 경남FC 안종복 사장과 단장 등 임직원,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 등 모두 26명이 경남도에 사표를 제출했다. 어제 사표를 제출한 안종복 사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고려대 후배로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선거를 지원했던 인물이다. 안종복 사장이 경남FC의 대표이사로 임명될 당시 이런 이유로 보은인사라는 논란과 잡음이 많았다. 그런데 안종복 사장 취임 이후 경남FC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잦은 감독교체에 따른 조직력 약화가 주된 이유였다.


2013년 시즌을 최진한 감독 체제로 시작한 경남FC는 성적부진을 이유로 최진한 감독이 물러난 이후 송광환 감독대행, 일리야 페트코비치 체제로 시즌을 꾸렸고 2014년 시즌에는 다시 이차만 감독체제로 바꾸었다가 그 역시 성적부진의 이유로 사퇴하자 기술고문이었던 브란코 바비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하면서 시즌을 운영해 왔다. 2년 동안 무려 5명의 감독이 교체되는 팀에게 정상적인 조직력을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결국 경남FC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떨어진 이유는 안종복 사장 취임 이후 붉어진 잦은 감독교체가 그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의 팀 해체 불사 의사를 피력하면서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라는 고사를 인용했다. 이는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라는 뜻이다. 이 좋은 고사가 이런 식으로 사용되어 지는 것이 나는 못내 안타깝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과연 이 고사를 인용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안종복 사장이 경남FC의 대표이사로 임명되면서 그를 둘러싼 말들이 많았다. 언급한 것처럼 그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동문후배이면서 동시에 2012년 경남지사 보궐선거 캠프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안종복 사장은 대한축구협회장 출마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준표 경남지사가 그를 경남FC의 사장으로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것이다. 


"사실 저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사장에서 물러난 뒤로 이제 축구팀은 맡지 않고 남북체육교류협회 일에만 힘을 기울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한데 지난 겨울에 홍준표 지사님이 몇 번이나 저를 찾아오셔서 구단 운영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했지요. 생각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요. 한데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저와 각별한 친분을 맺고 있는 지사님이 여러 번 찾아오셔서 간곡하게 말씀하시기에 '그렇다면 부족한 힘이지만 경남 축구단의 발전을 위해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 이런 마음에서 중책을 맡게 된 겁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의인불용 용인불의'라는 말처럼 의심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 자신과 각별한 사람, 자신의 측근을 경남FC의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 몰락에는 안종복 사장의 방만한 구단운영과 근시안적인 파행운영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과론을 절대시하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철학대로라면 안종복 사장을 임명한 그 자신에게도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책임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구단주로서의 냉혹한 칼날만 휘두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공공재를 바라보는 그의 천박한 인식과 빈곤한 철학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시민구단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투명하게 경영하겠습니다." 이는 시민구단으로 옷을 갈아입은 성남FC의 신문선 대표이사가 지난 1월2일 취임식을 통해 밝힌 구단운영 방침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앞으로 구단운영을 함에 있어 정치로부터 독립한 투명한 운영을 할 것임을 공언했다. 현재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팀 중 상당수가 시·도민 구단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남FC 역시 지난 2005년 도민들의 도민주 공모로 탄생한 시민구단이다. 물론 말이 시민구단이지 실제로는 정치인 자치단체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반쪽짜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남FC의 신문선 대표이사는 바로 이 부분을 직시하고 있다. 열악하고 불안한 재정구조,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구단 운영, 정치권 등 외부적 요인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한계 등으로 인해 시민구단을 표방한 구단들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꽤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경남FC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경남FC의 한 해 예산은 130억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지자체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예산이 약 20억원 가량이다. 나머지 부분은 기업 등으로부터 스폰서와 투자를 받아 충당하고 있다.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은 구단의 대표이사와 운영진의 몫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정치인 자치단체장의 파워와 입김이 스폰서를 구하고 투자를 확보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시민구단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현실적으로 시민구단이 지자체의 도움없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구단운영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는 것이 다반사다. 구단이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종속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구단운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이사와 단장이 구단주인 자치단체장의 의중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기 일쑤다. 이를 막을 힘도 저항할 여력도 시민구단에게는 없다. 재정을 지자체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종속관계에 놓여있는 이상 구단주인 지자체장의 의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남FC의 안종복 사장의 경우가 그랬다. 


그가 대표이사로 부임하기 전까지 경남FC는 중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던 경쟁력있는 구단이었다. 재정적으로도 적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방만하게 운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종복 체제로 갈아탄 후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적은 성적대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재정적으로도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2013년 3분기 경남FC의 적자는 66억원으로 K리그 구단 중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같은 결과가 안종복 사장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구단운영의 결과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남FC의 몰락에 측근인 안종복 사장을 경남FC의 대표이사로 임명했던 홍준표 경남지사의 책임을 거론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필요, 이해타산에 의해 운신의 폭을 결정한다. 그들에게는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고 과정은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발언이 그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란 뜻이다. 게다가 홍준표 경남지사는 가장 정치인다운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재선에 성공한 이후로 그는 거칠 것이 없다. 경남도의 절대군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며 전권을 휘두르며 도정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시민구단은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다.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것은 철저히 경남도민들의 판단과 행동에 달려 있는 문제다. 경남FC의 존폐의 칼자루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구단의 생사는 결국 도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도민들은 시민구단을 표방하며 출범한 경남FC가 자신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이고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남FC의 몰락에는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지사와 안종복 사장의 책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무관심과 차가운 반응도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홍준표 경남지사는 경남FC의 2부리그 강등으로 촉발된 구단운영의 난맥을 구단 해체라는 초강수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애초부터 그에게 공공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철학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행보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정치인에게, 그것도 자본의 논리를 맹신하며 뼈속까지 시장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정치인에게 수익이 나지 않는 시민구단은 반드시 정리해야 할 필요악일 뿐이다. 하물며 100년 전통의 공공의료기관마저 폐업시킨 그에게 창단한 지 채 10년도 안된 시민구단의 존폐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민들의 저항만이 해체 위기에 빠져 있는 시민구단 경남FC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외의 묘수는 단언컨대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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