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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의원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을 전격 선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라가 크게 혼란스럽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그 어떠한 의견 수렴도 없이,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최소한의 과정과 절차도 없이 독단적으로 한국사 교과서 확정고시를 단행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고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던 자신의 말을 뒤짚었고, 정부 여당은 국정화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하고, 불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국민 몰래 '비밀 TF'을 운영하고, 심지어 여론까지 조작하는 등 법과 원칙을 무시해 가며 국정교과서를 관철시켰습니다.





국정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민주적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보편적 이성을 기만하는 반민주적이고 반이성적인 국가주의자들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거리와 광장에서 정부의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당장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받아야 할 어린 학생들까지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대다수의 역사학자들과 일선 교사들은 국정화와 관련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고, 살아있는 지성이라 불리는 전국 각지의 대학교들도 이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정부의 강력한 징계방침에도 불구하고 목숨바쳐 독립운동을 하신 분도 있는데 그깟 징계가 대수냐며 자신의 이름을 성명서에 기꺼이 올리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국정화 반대 콘서트를 여는 가수도 있고, 방송 출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정치문제에 소신있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방송인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양심과 정의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도 그들과 같은 심정일 겁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에 대한 확신과 믿음, 정의에 대한 갈망이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벌써 몇 차례에 걸쳐 오만한 권력의 부당한 폭주를 온몸으로 막아낸 위대한 국민들이 아닙니까.





안철수 의원님, 오늘 저는 의원님께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화 저지를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의원님께서는 당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정치세력간의 대결구도가 벌어져 이 문제가 정쟁화된다고 진단하셨습니다. 이어 국사학계, 많은 시민단체, 그리고 학부모나 학생들 중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으니,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안철수 의원님께서는 여전하신 것 같습니다. 국정교과서 정국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가 교학사 교과서 논란 당시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에도 의원님께서는 큰 틀에서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진영간의 이념논쟁으로 보셨지요. 의원님께서는 역사적 진실의 왜곡과 미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양비론으로 묶어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셨습니다. 아찔하더군요. 교학사 교과서 논란은 본질적으로 진실과 거짓, 팩트와 오류의 문제이지 진영간의 소모적 논쟁으로 규정해서는 안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의원님의 양비론은 비단 그 당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대선 정국이 한창일 때 꼬리가 밟힌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을 두고도 의원님께서는 양비론을 주장하셨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미 후보단일화가 끝난 상황에서 보여준 의원님의 언행이었습니다. 당시 야권과 시민사회는 국정원 오피스텔 사건을 두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새누리당의 십일단 사건이 불거진 뒤였기 때문에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야권과 시민사회가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의원님은 이번에도 문재인 후보 측과 박근혜 후보 측을 동시에 겨냥해 "혼탁선거를 중단하라"는 양비론을 주장했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의원님께서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뒤흔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논란을 단지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두 진영간의 정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문제가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을 때조차 그런 한가한 말씀을 하실 수 있었던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의원님께서 정치적 사안에 뚜렷하게 자신의 입장과 의사를 표명하시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마다 관망자로 있다가 ''하고 양비론적 비판을 하고는 하셨어요. 그런데 그런 일은 저같은 칼럼리스트나 비평가들의 역할입니다. 현실 정치인은 그렇게 행동해서는 곤란하지요.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비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원님께서는 언제부터인지 정치가 아닌 비평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비평은 저희같은 사람에게 맡기고 의원님은 정치를 하셔야지요.

안철수 의원님,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화 저지를 위해 투쟁 수위를 올리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말씀하셨지요? 입법화 노력을 하면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계와 시민단체, 일반시민들에게 거리와 광장을 맡기셨어요. 어떤 취지로 그리 말씀하셨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이 언제까지 국정화 저지를 위해 장외투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원님, 정치 시작하신 이후 국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한번 잘 떠올려 보세요. 국회 안에 있으면서 국정원 사건 밝혀 냈습니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대로 이루어 졌습니까? 수십조원의 혈세가 낭비된 4자방 비리 의혹 밝혀 냈어요? 국정원 비선실세 농단 의혹, 성완종 리스트 의혹 진상 규명 했습니까? 비리 의혹 투성이인 내각과 고위공직 후보자 제대로 걸러 냈습니까?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지 않습니까.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적어도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국회 내에서 해결할 일과 거리와 광장에서 승부를 봐야 할 일 정도는 구분하셔야지요. 국정원 사건 정국에서 의원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그 뜨거웠던 여름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와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며, 민주주의와 헌법가치의 회복을 외치고 있을 때 의원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어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촛불을 밝힐 때 의원님은 대체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





의원님을 자의반 타의반 정치판으로 불러낸 것은 '새정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간절함이었다고 봅니다그래서인지 의원님은 언제나 '새정치'를 말씀하십니다그런데 그런 의원님에게서 '새정치'를 덜어내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저 '먼지'만 남을 겁니다왜냐하면 의원님이 말하는 '새정치'에는 형체도 실체도 없기 때문입니다.


거리로 나가세요. 광장으로 가 보세요. 그 곳에서 시민들의 애타는 외침과 절규를 들으세요. 간절한 눈빛과 거친 호흡을 느끼세요. 의원님이 책을 통해 배우지 못한 것, 경험으로 체득하지 못한 것들이 바로 그 곳에 있습니다. '새정치'는 국민이 원하는 것, 국민이 간절히 염원하는 것의 총량입니다


민의와 유리된 현 국회에서는 절대로 '새정치'를 만날 수도, 찾을 수도 없습니다. 국민 곁으로 가세요. 국민이 있는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래야 의원님이 '새정치'를 하실 수 있습니다. 의원님이 가셔야 할 곳은 국회가 아니라, 거리이며 광장이란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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