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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제부 신동욱의 석고대죄가 비난받는 이유

사극에서 중죄를 지은 신하가 바닥에 납짝 엎드려 임금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석고대죄'라 알고 있는 이 장면은 죄인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거적을 깔고 바닥에 엎드려 윗사람의 처분을 기다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석고대죄'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피동적인 행위입니다. 그리고 대단히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의관을 모두 벗고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엎드린 채 하염없이 윗사람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개인의 자존감과 주권이 철저히 짓밟히는 중세시대의 구습 쯤으로 치부할 만한 장면입니다.

중세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석고대죄'는 현대에서도 나타납니다. 물론 실제로 이를 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현대시대의 '석고대죄'는 어디까지나 정치공학의 차원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정치적 수사일 뿐입니다. 대통령을 향한 과도한 정치공세나 인신공격, 역사와 국민을 모독하는 정치인들의 망언과 망동같은 주요 쟁점에서 정치인들은 "OO는 석고대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략적으로 접근하고는 합니다. 상대방을 공략하고 여론을 선도하기 위한 강력한 환기제인 셈입니다.

중세시대의 '석고대죄'가 임금에게 용서를 구하는, '불충'에 대한 자기고백의 성격이 강했다면, 현대시대에서는 어디까지나 정치인들이 벌이는 정치공세의 한 방법으로 인식될 뿐입니다. 그 누구도 대통령에게, 혹은 윗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며 '석고대죄'를 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람이거나, 지금 시대가 여전히 중세시대라고 믿고 있는 정신나간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겠죠.





어제(9) 언론은 사극에서나 볼 수 있던 '석고대죄' 21세기 현대시대에 재연한 한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누군가 하고 보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주 낯익은 사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지난 8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이 시각 오후 1030분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고 한미혈맹관계를 더욱 돈독하고 굳건히 다지기 위하여 '석고대죄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렸습니다. 그는 '석고대죄 단식. 리퍼트 대사님, 지켜지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So Sorry'라고 적혀있는 현수막도 공개했습니다.

21세기에 등장한,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입니다. 그저 정치인들의 말싸움 정도로 여겼던 '석고대죄'가 서울 한복판에서 실제로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굉장히 생경한 모습입니다. 더욱이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석고대죄'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다 건너 미국이 파견한 주한대사와 미국에게 바치는 봉헌이라니 이 이질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는 이번 '석고대죄' 단식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첫째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고, 둘째 한미혈맹관계를 돈독히 하며, 마지막으로 리퍼트 대사와 그 가족 그리고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에서 '석고대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말합니다. 필자는 그가 밝힌 저 세 가지 이유 중 그 어느 것도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석고대죄'와 리퍼트 대사의 쾌유, 한미혈맹강화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퍼트 대사와 그 가족, 그리고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에게 그가 왜 용서를 구해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대통령과 한국 정부 차원에서 유감표명을 한 상태입니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리퍼트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극단주의자의 개인적 도발로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극단주의자의 개인적 도발에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회가 버젓이 열리는 곳입니다. 부채춤을 추고 난타공연을 하는가 하면, 큰 절까지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 개고기를 보내기까지 합니다. 시내 곳곳에서 '종북세력 색출' '종북 반미세력 척결'이라는 섬뜩한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를 든 시위대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종북테러'라는 선정적이며 도발적인 프로파간다를 주저없이 사용합니다. 당자자인 미국에서는 이번 사건을 '테러'가 아닌 '공격'이나 '폭력'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처럼 극단주의자의 개인적 도발에 나라 전체가 광분하고 있는 곳이라면 그가 '석고대죄'가 아닌 할복을 한다 한들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이미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부채춤과 난타공연, 큰절을 하는 한국인의 모습과 개고기를 보내는 기묘한 모습들이 미국 언론과 세계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서구인의 눈에 이런 모습들이 예의를 중히 여기는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자국민의 눈에 조차 종교집단의 집단적 광기와 그릇된 정치이데올로기에 빠져있는 관변단체의 망동, 색깔론을 통해 또 다시 한 몫 챙기려는 수구보수정부의 비루한 정치공세로 비치는 사안이 서구인들이라고 해서 달리 비춰지지는 않을 겁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석고대죄' 단식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 얼마나 괴기스러운 풍경입니까. 주권국으로서, 주권자로서 얼굴이 화들짝거리는 민망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편적 상식을 가진 시민들의 눈으로 보면 그의 행위는 역겨움 그 자체입니다. 친미사대주의의 극치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를 향해 시민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의 범죄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한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대한민국 법에 의해 합당한 죄값을 치루어야 마땅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과 함께 리퍼트 대사와 가족, 미국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치 광신도를 연상시키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기도회와 퍼포먼스, 관변단체들의 이성을 상실한 망동, 이를 부추기는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석고대죄'까지 일련의 흐름들을 바라보는 마음 한켠이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들의 행위는 합리적
 이성과는 한참은 괴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합리적 이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살아있는 자들의 탐욕과 욕망입니다. 산 자들의 탐욕과 욕망으로 점철된 이 사회가 어디로 향해갈 지, 생각하면 할수록 두렵기만 합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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