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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의 국정 발목잡기,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은 달라질 수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한국당의 모습에서 본질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며 한국당은 시쳇말로 죽다가 살아났다. 당은 쪼개졌고 지지율은 반토막, 아니 '네토막'이 났다. 이는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의 공동정범이자 부역자였던 한국당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집권당이었던 한국당의 탄핵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에 담겨있는 의미를 직시하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친박 세력을 과감히 청산하고, 색깔론과 지역주의를 멀리하는 합리적인 보수야당의 길을 모색했어야 했다. 통렬한 참회와 성찰을 통한 당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당은 변한 게 없다. 어느날 갑자기 당명을 바꾸는가 싶더니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에 나가 '탄핵무효'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특검 수사를 비판하고,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제동을 거는 등 탄핵을 부정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불의에 항거하는 시민의 '집단이성'이 만들어낸 탄핵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우보수세력과 결탁해 정국을 이념 갈등의 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헌재의 전원일치 의결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까지 치뤄졌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한국당이 탄핵 이전과 달라진 건 당명 하나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한국당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는 명분없는 국정 발목잡기와 씨알도 안 먹히는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뿐이다. 낡고 퇴색한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한국당의 궁색한 현실은 정당지지율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3일간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47%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민주당과의 격차는 무려 4배가 넘는다. 한국당은 이념 성향을 제외한 지역,성별, 연령, 직업 등 모든 분야에서 민주당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지지율에서도 한국당(29%)과 민주당(26%)의 차이는 거의 없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대구·경북과 60대 이상의 지지율이다. 한국당은 각각 25%와 23%를 기록해 민주당(27%, 34%)보다 열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한국당을 떠받쳐온 지지기반의 핵심이 대구·경북과 60대 이상의 보수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여론조사(최근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결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 없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오마이뉴스


원내 의석 107석에 달하는 제1야당의 위상이라고는 믿기 힘든 부끄러운 현주소다. 문제는 한국당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정당의 존립기반이 와해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전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낡은 철학과 인식으로 무장한 채 과거의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해나가려 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지층조차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성찰과 각성은 찾으려야 찾아볼 수가 없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은 크게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한자리까지 떨어졌다가 10~15%를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중이다. 나라가 망해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던 콘크리트 지지율은 탄핵 국면의 유탄을 맞고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은 한국당이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당은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인적 청산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이며, 혁신 작업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떠난 지지층을 돌려 세울만한 정책이나 역량을 보여주고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겠다더니 보수적 가치와 동떨어진 구태적인 행보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처리과정에서 표출된 한국당의 모습이 딱 그랬다. 후보자에게 특별한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인식공격성 발언을 이어가는가 하면,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법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천박한 엘리트 주의를 드러내는가 하면, 사법부 독립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현 양승태 대법원장을 밀어붙였던 당사자들이면서 외려 후보자의 편향성을 물고 늘어지는 '내로남불'을 보여주기도 했다.

22일 당 소속 '디지털정당위원회'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부위원장단에 주순옥 '엄마부대' 대표 등 극우성향 단체 대표들을 대거 발탁한 것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 논란 등으로 MB가 곤경에 빠지자 정진석 의원이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족을 욕보인 것도 결국 맥락은 같다. 이 두가지는 보수적 가치와 결이 완전히 다른 한국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보여주는 한편, 목적을 위해서라면 고인의 명예까지도 서슴없이 훼손하는 무도함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몇해 전 지인으로부터 벤자민 한 그루를 분양받았다. 올 때는 무성한 채로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말라가더니 이제는 잎이 듬성듬성하다. 나중에야 알았다. 때에 맞춰 분갈이도 해주고, 영양제도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큰 화분으로 갈아주고 새 흙과 영양제도 놔주었지만 나무는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기를 놓쳐버린 탓이다. 점점 말라가는 나무와 한국당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철학과 인식을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는 이 고루한 정당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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