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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학생들이 한국당에게 날린 뜨거운 일침

ⓒ 오마이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연세대학교에서 '깜짝 특강'을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인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주선으로 사회학과 수업에 1일 강사로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열린 특강 및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일자리 정책, 탈원전 정책 등을 비판하는 한편, 학생들과 전술핵재배치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당 혁신과 관련해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홍 대표는 특강에서 전날 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 당을 나가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은 탄핵을 당한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분들에 묶여 도매금으로 좌절하기는 어렵다"고 탈당을 권유한 이유를 설명했다.


친박에 대해서는 "친박은 이념집단이 아니다. 국회의원 한 번 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잡은 집단이지, 이념으로 박 전 대통령과 뭉쳐진 집단이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과 보수우파의 재건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친박 핵심세력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 대표의 발언은 류 위원장이 전날 3차 혁신안을 통해 "지난해 총선 공천실패로부터 올해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친박세력의 전횡이 총선 패배와 국정운영 실패, 대선 패배로 이어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 것은 인적 청산을 통해 당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당 쇄신 작업에 의분부호가 붙어왔던 혁신위가 출범한지 두달 여만에 마침내 인적 청산의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이번 조치가 대대적인 당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인적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된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다.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3차 혁신안이 발표된 데 이어 홍 대표가 연세대 특강에서 친박을 원색적으로 비판하자 친박계 내부에서도 날선 반응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독고다이는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없다"며 홍 대표의 연세대 특강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고, 다른 친박계 의원들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인적 청산을 기화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한국당 내의 계파 갈등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탈당 권유를 받은 당사자들이 자진 탈당을 하지 않을 경우 그 이후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한국당의 당헌·당규는 탈당 권유를 받은 사람이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의 의결 없이 곧바로 제명조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청원·최경환 의원처럼 현역 의원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국회의원의 경우 의원총회를 열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제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총회까지 간다 해도 제명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


ⓒ 오마이뉴스


설령 세 사람이 탈당한다 해도 혁신 작업을 통해 보수통합과 재건을 이루려는 한국당의 바람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국당의 위기는 단순히 인적 청산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참하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청산은 물론이고 보수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자성이 절실하다. 정의와 상식을 바탕으로 한 따뜻하고 건강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의 지름길일 터다.

그러나 한국당의 모습은 그와는 영 딴판이다. 뼈속까지 바꾸고 환골탈태하겠다더니 혁신위는 활동을 시작한지 두달이 돼가도록 제대로 된 혁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차 혁신안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실세 두 사람에 대한 탈당 권유만 있을 뿐, 그 외 친박세력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조차 없다. 그마저도 세 사람에 대한 탈당 논의는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예정돼있는 10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결국 3차 혁신안은 탈당 권유만 했을 뿐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무늬만 혁신안'인 셈이다.

인적 청산이 혁신의 기본이자 핵심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국당은 혁신을 하겠다면서 정작 중요한 인적 청산에는 지극히 미온적이다. 이래서는 혁신은커녕 일말의 변화조차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정작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 한국당이 여전히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다. 낡은 이념과 노선을 고집하면서 맹목적인 발목잡기로 국정운영을 가로막는 행태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예전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영락없는 그 모습 그대로다.

한국당에게서 '과거'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정당의 어두운 미래를 예감하게 만든다.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지 않는 한 한국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지극히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낡은 관행과 관성을 혁파하는 적폐 청산이 '시대정신'의 요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당이 꿈꾸는 보수통합과 보수재건의 가능성이 전적으로 그에 달려있음을 물론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토론회 도중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진땀 꽤나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한국당의 혁신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권유는 꼼수 아니냐", "추가 혁신이 없다면 친박 인사들의 탈당 권유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 것" 등의 송곳 질문으로 홍 대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이라고 다를까. 한국당은 수천만개의 눈들이 자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혁신의 정의를 완전히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한국당이 학생들의 일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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