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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통합이냐 각자도생이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운명은?

ⓒ 오마이뉴스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통합론이 다시금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무렵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양당 사이의 연대론과 합당설이 이번에는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론이 또 다시 부상한 이유는 현재 양당이 처해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먼저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감행했다. 안 후보 역시 재충전 의사를 밝혀 당분간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패배의 상처를 봉합하고 당을 추스릴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리더십 공백은 당장 당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이견이 속출하는 가운데 박 전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렸던 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에서는 박 전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당분간 주승용 원내대표 체제로 당이 운영될 계획이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당내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은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의 민심 이반을 뼈저리게 경험한 선거였다. 대선 결과는 그동안 국민의당이 주장해온 호남지역의 '반문정서'가 실체 없는 정치 공세였음을 입증한다. 실제 안 후보는 호남 전 지역을 통틀어 단 한 곳도 문재인 대통령을 이기지 못했다. 전략적 투표 가능성을 감안한다 해도 득표율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참패다. 호남지역의 민심 이반은 국민의당을 지탱해주던 기반이 무너졌다는 함의다.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위태롭기는 바른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바른정당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당을 추스리고 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터진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가 외려 전화위복이 된 모양새다. 집단 탈당 사태 이후 당은 유승민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했고, 시민들 사이에 동정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당원 가입과 후원 문의가 쇄도하는 등 대선 막판 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당 소속 의원들 역시 보수 개혁의 대의명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현재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20명으로 이 중 한 명이라도 이탈하게 될 경우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교섭단체 유지 여부는 막대한 국고보조금은 물론이고 윤리심사(징계) 요구, 의사일정 변경동의, 국무위원 출석요구, 의안 수정동의, 긴급현안질문, 상임위 및 특별위 의원선임 등 국회운영의 핵심 권한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무너지게 되면 당이 급속히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이 험난해진 것도 바른정당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바른정당은 따뜻하고 합리적인 보수 재건을 목표로 창당한 정당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바른정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내 4당으로서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고는 하나, 그것이 선명히 드러난 한국당과의 격차를 상쇄할 만큼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냉정히 말해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현재의 보수 표심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바른정당의 지역조직이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정당의 핵심기반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원들의 연쇄 탈당과 한국당 입당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기초의원은 한 배를 탄 정치적 운명 공동체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 이유로 지방의원들이 흔들릴 경우 국회의원의 정치적 부담 역시 가중되기 마련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에 비관한 지방의원들의 탈당 러쉬에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보수 개혁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지방 조직이 급속히 붕괴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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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불거진 두 당 사이의 통합론은 이와 같은 당내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지역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국민의당과 보수 개혁의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바른정당 사이의 '동병상련'이 만들어낸 이유있는 움직임인 것이다 . 만약 두 정당이 통합에 성공하게 되면 세를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확실한 캐스팅보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통합에 보다 적극적인 건 국민의당이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과 통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불을 지폈다. 그는 "빼내가기 시작하면 시간이 없다"며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통합으로 하루라도 빨리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취지다.

바른정당 역시 통합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이 끝난 뒤 며칠 안 된 마당에 인위적인 통합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운을 뗀 뒤, "통일 정책 문제라든지 안보관 등 극복해야 할 차이도 적지 않다고 본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니까 그것을 가능성을 전혀 끊을 필요는 없지 않냐 이런 분들도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두 당 사이의 노선과 정체성의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통합의 가능성에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그럼에도 통합에 이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주 원내대표가 인정한 것처럼 두 당 사이의 정치 철학과 노선은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대북관과 안보관에서의 이질감은 너무나도 또렷하다. 지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이 문제를 두고 날선 공방이 연출되기도 했다.


더욱 시급한 것은 통합에 부정적인 지역민심과 여론을 돌려세우는 일이다. 호남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바른정당이 국정농단 사건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정서가 강하다.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있는 바른정당이 색깔론에 집착하는 등 여전히 낡은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당의 존립기반인 호남지역 민심을 거스르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나설 경우 역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른정당 역시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집단 탈당 사태 당시 바른정당을 향해 시민들의 성원이 이어졌던 이유는 가시밭길을 가려는 그들에게서 제대로 된 보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통합과 보수개혁의 당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접점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는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보수 개혁의 가치가 통합으로 인해 자칫 빛이 바래질 수 있다는 뜻이다. 


통합이냐, 각자 도생이냐. 대선을 기화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양당 사이의 통합 목소리가 현실의 곤궁함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찾기의 산물이라면 관건은 역시 지역민심과 여론이다. 이 둘 사이의 결합이 정책과 가치 중심의 통합이 아닌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공학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한 현 시점에서 통합은 자칫 덧셈이 아닌 뺄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는 결국 명분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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