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이냐, '잠금'이냐. 굳게 걸어닫힌 문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말들이 나온다. 한쪽은 '감금'이라 말하고, 다른 한쪽은 '잠금'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데 이 장면은 어딘지 매우 낯익다. 이 문제로 벌써 두번이나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진 탓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의 은밀하고 비밀스런 행위가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점이 이채롭다.
감금 : 드나들지 못하도록 일정한 곳에 가둠
(네이버 사전)
문을
걸어 잠근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리고 걸어 잠근 목적에 따라 '감금'과 '잠금'은 판이하게 다르게 사용된다.
그러나 이 나라 정부와 집권여당의 시각은 이와는 다른 것 같다. 이제 우리는
'감금'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밖으로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스스로 문을 닫음'으로 다시 기술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또 어디에 있을까.
어제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비밀
TF' 논란은, 지난 대선 직전 꼬리가 잡힌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오피스텔 사건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사건이 세상에 공개된 과정과 이후의 진행상황에 이르기까지 이 둘은 동일한 사건이라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비밀스런 장소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에게 유리한 공작을 자행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또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십알단 사건', 국정원 사건과 한 데 묶을 수 있는 군 사이버 사령부의 인터넷
정치 공작, 2011년 4월 보궐선거 당시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측이 경포대 인근의 펜션에서 벌였던 불법선거운동 등이 그렇다.
모두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라면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되는 천인공노할 대사건들이다. 그런데 이보다 당혹스러운 일은 그 이후
일어난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이후에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의심케 만드는 황당한 일은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가치를 유린하는 중차대한 사건들임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를 극도로 꺼려했다. 마땅히 사과와 반성,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함에도, 그들은 과련 사실을 일체 부인하며 오리발과
발뺌, "성폭행범이나 할 수법", 국정원 댓글은 권장해야
한다", "야당은 화적떼인가"등의 공세로
맞불을 놓았던 것이다.
어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비밀 TF' 팀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기 전부터 '비밀 TF'팀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의미다. 그들은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여론조작까지 해가며 국민을 속여온 것이다.
당연히
청와대나 정부 차원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이 있어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저들은 사과가 아닌 역정을
내고 있다. 정권 차원의 치부가 드러날 때 꼬리를 짜르는 경우는 숱하게 봤어도, 이들처럼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 정부는 일찌기 없었다. 이는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
뜻이며, 민심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가 뿌리채 흔들릴 대마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한 몸으로 움직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불법과 탈법으로 민주주의의 심장을 도려내고, 헌법을 유린했던 주범들이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볼쌍스런 장면들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이 비유보다 이 상황에 적확한 표현을 나는 찾지를 못하겠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과 '비밀 TF' 팀은 자신들의 행위가 세상에 공개될 위기에 처해지자, 문을 걸어 잠그고 관련 자료들을 지우기에 바빴다. 어둠 속에서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들의 흔적을
발빠르게 지워 나갔던 주체적 인간들을 '감금'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영
어색하다.
'감금'과 '잠금'의 차이를 분별하지 못할만큼 우리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강요한 것은 제보를 받고 출동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을 스스로 '감금'시키도록 만든 것은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떳떳치 못함'에 있다.
그들의 '떳떳치 못함'은 불을 끄고, 관련 자료와 증거를 삭제하고, 얼굴을
가리는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스로를 '감금'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떳떳함'이나 '당당함'과는 거리가 먼것들 일색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감금'과 '잠금'의 결정적인 차이다.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이 나라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부정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모자라 후안무치까지 한 것이다.
당연히 최악 중의 최악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바람부는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Poor President Park (12) | 2015.10.29 |
---|---|
세 사람만 보면 알 수 있는 국정교과서 (12) | 2015.10.28 |
야당이여, 대의에 대한 확신을 가져라 (12) | 2015.10.23 |
변협의 검사평가제, 검찰개혁의 신호탄 될까? (14) | 2015.10.22 |
명분없는 국정교과서, 당장 철회하라 (11) | 2015.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