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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참으로 막돼먹은, 야3당의 국정 발목잡기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이 인사청문회를 추가경정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와 연계시키며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이어가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포기하며 한걸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 형식을 빌리기는 했으나 사실상의 지명철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여야의 막판 타협을 기대하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임명을 미뤄온 터였다. 추경안 및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야당과 담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여야간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임명을 강행하는 쪽으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열렸던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국회에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할 때까지만 해도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이 '인사는 인사, 추경은 추경'으로 분리해 따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재차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우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찾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으로부터 "심사숙고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그리고 얼마 뒤인 오후 6시 조 후보자가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했다. 우 원내대표로부터 야3당의 완강한 기류를 전해들은 문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 후보자 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찾은 그 무렵,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당 지도부와 물밑 접촉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임 실장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대신 사과하며 지도부 설득에 나섰다. 임기 초 최우선 국정과제인 추경안 처리를 위해 청와대가 국민의당 설득에 직접 나선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결과 국민의당은 결국 국회에 복귀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조 후보자가 사퇴하고 임 실장까지 사과하자 장외투쟁을 계속할 명분이 희박해진 탓이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국회 보이콧이 득이 될 것 없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국회일정 참여 방침으로 숨통이 트이는가 했던 정국은 그러나 문 대통령이 송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다시 술렁거렸다. 국민의당이 송 장관 임명에 반발해 국회 정상화 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정국이 급랭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국민의당은 김수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여당이 국회 파행을 초래하더니 이번엔 청와대가 국회 파행을 종용하고 있다"며 "추경안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 등 의사일정에 대한 재검토까지 포함한 당내 의견을 취합해 대응할 것"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역시 송 장관 임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이 14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경화, 김상곤 후보자에 이어 송영무 후보자까지 임명 강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협치의 파트너가 아닌 거수기로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각을 세웠다.


ⓒ 오마이뉴스


반짝 개이는가 싶던 정국이 다시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된 표면적 이유는 문 대통령이 야3당이 반대하는 송 장관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그동안 야3당은 문 대통령의 인사에 '건건이' 반대만 해왔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무조건 반대를 외치며 새 정부의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5대 인사 원칙'에 맞지 않는 인사를 지명한 일차적인 책임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특성을 감안하면 두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지나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보다 더 문제가 많은 인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임명됐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당시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인사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안다. 그랬던 그들이 야당이 되자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흠결을 문제 삼고, 임명 결사 반대를 외치며 국회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고 있다. 두 야당의 묻지마 반대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야3당 중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건 제1야당인 한국당이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는 국회 파행의 원인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손뼉은 두 손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협치를 말하기 전에 야당은 국회 장기 공전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인사와 추경을 연계시키고 사사건건 반대만 하면서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야당이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 파행의 원인을 왜곡하는 정략적인 의도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일부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에 대해 여론이 호의적인 상황 역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려와는 달리 한미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등에서 풍부한 국제경험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재벌·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 역시 아주 높다. 공직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파적 이해타산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시각이며 평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정부 구성은 아직까지도 요원한 상태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역시 국회의 개점 휴업으로 언제 처리될지 난망하다. 야당은 이를 대통령 탓, 여당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처리가 시급한 국정 현안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폐해가 국가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야당이 직시해야 할 것이 있다. 야당이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을 아무리 물고 늘어져도, 국회 파행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전가해도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야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려 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비등해지는 형국이다. 이는 국민이 새 정부의 개혁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야당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반대만 일삼는 구태의연한 대여 전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고립을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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