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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진박 감별사' 최경환, 그의 정치생명이 꺼져간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법원이 11일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체포동의안요구서에 대해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23일까지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헌법 제44조 1항에 근거해서다.

체포동의요청 절차와 관련해서도 국회법 26조 1항은 '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기 위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으려고 할 때에는 관할법원의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여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한 후 지체없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항 역시 '의장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한다'고 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최 의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무렵 국정원 예산 배정 문제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여파로 국정원 특활비 축소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자, 국정원이 당시 국가 예산을 총괄하던 최 의원에게 뇌물을 건네 이를 무마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이다.

최 의원 체포동의요구에 대한 공이 국회로 넘어오면서 한국당의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권성동·김재원·원유철·이우현 의원 등이 줄줄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했던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요구서까지 제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최 의원을 둘러싼 정세는 그에게 대단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한국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했을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제한하기 위해 작년 12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일명 '방탄국회방지법'도 최 의원을 울상짓게 만들고 있다. 국회법 26조 2항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처리 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하게 되어 있다.

이는 72시간 이내에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 되었던 과거와 달리 20대 국회에서는 싫든 좋든 표결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대 국회 당시 주식회사 AVT로부터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역풍으로 정치권이 부랴부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이 최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을 곤경에 빠트리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국회 의사일정에 따르면, 임시국회 본회의는 22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고한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25일까지는 표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23일로 종료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은 그 안에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태 수습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체포동의안의 가결 조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다. 더불어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 등 3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가결시킬 수 있다. 적폐청산에 대한 3당의 공조 기류, 부결시 불어닥칠 역풍 등을 감안하면 가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한다고 해도 임시국회가 끝나는 23일 이후 검찰은 언제든 최 의원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설 수 있다. 한국당이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집단행동에 나선다 해도 최 의원을 지켜낼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이 최 의원의 구명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정황마저 드러나고 있다. 최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 홍 대표를 위시한 한국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와 비박계가 현 상황을 친박 청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돌아가는 상황은 최 의원을 점점 사면초가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한국당이 여론역풍을 의식해 체포동의안 처리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인 데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박 청산과 맞물린 당내 헤게모니 투쟁 역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빠져나가기 힘든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했던 최 의원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정치인생의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진박 감별사'라고까지 불리우며 막강한 권력을 휘둘렸던 최 의원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 혐의를 '감별'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보수정권 9년 동안 권력의 최정점에 서있던 '최경환' 의원의 정치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딱 그 짝이다. 권력의 무상함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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