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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세월호특별법 홍보대사가 된 나경원 의원

어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뜻밖에도 미국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미국 LA 방문 중인 새누리당의 나경원 의원이 현지 한인축제에 참석해 카 퍼레이드를 벌이는 도중 매우 난처한 상황을 맞았었다 내용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나경원 의원은 미국 LA에서 열린 41 한인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그랜드 마샬 카 퍼레이드에 초청받았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이 카 퍼레이드의 선두에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천천히 이동하고 있을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수사권•기소권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제정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시위대가 차량의 속도에 맞추어 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퍼레이드의 특성상 차량은 속도를 없었고 나경원 의원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세월호특별법과 관련된 문구에 쏠릴 밖에 없었다.


시위대는 한인들을 향해 "한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잘하겠습니다" 등의 인사말을 건네는 나경원 의원에게 " 잘하겠다는 겁니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떻게 겁니까", "304명의 희생자에 대해 아직도 밝혀진 없는데 도대체 잘하겠다는 겁니까" 등의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고 나경원 의원은 이에 매우 당황해하는 한편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온라인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이 졸지에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도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체의 반응조차 하지 않았던 나경원 의원이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국만리 미국까지 가서 동포사회는 물론이고 현지인들에게 세월호특별법을 적극 홍보해주었으니 사람들이 환호와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지사다. 삶은 이렇듯 예기치 않은 상황을 무심코 인간에게 끼워 넣는다. 인간의 삶이 평면적이지 않은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과 나경원 의원은 각각 지난 대선과 재보선에서 선거전략의 하나로 '어머니의 마음' 내세운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성을 강조하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을 보듬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거듭 말했고, 나경원 후보 역시 730 재보선 유세전에서 엄마 컨셉을 홍보전략으로 적극 활용한바 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따뜻하고 인자한 모성애를 이미지 메이킹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무래도 투사의 이미지보다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문제는 역시 선거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데에 있다. 선거기간에 방송과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선거 이후에 여지없이 깨져나간다. 박근혜 대통령과 나경원 의원에게서 자애롭고 인자한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없는 것은 비단 필자 한사람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조금 주관적으로 말한다면 필자는 저들처럼 무심하고 무책임하며 몰인정한 어머니는 단언코 보지를 못했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던 끔찍한 참사 앞에서 잔혹동화나 괴기영화, 혹은 헨델과 그레텔이나 콩쥐 팥쥐에 나오는 못된 계모라면 모를까 세상 어느 부모가 이처럼 무섭도록 차가울 있는지 모르겠다. 소름이 끼칠만큼 섬뜩하다.

 

흔히들 인간을 가리켜 망각의 동물이라고 말한다. 쉽게 잊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하는 인간의 습성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적절한 비유는 없다. 자의적으로, 타의적으로 때로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머리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기억이 지워져 나간다. '가객' 김광석이 나즈막히 읇조렸던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매일 그렇게 이별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방송에서도 언론에서도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세월호의 흔적들이 하나 사라져 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사건들과 매일 쳇바퀴 반복되는 힘겨운 일상들 속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언제까지고 슬픔과 고통, 낙담과 절망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세월호 참사라 하더라도 마냥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다. 때가 되면 떠나보내야 하고 누가 떠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어떤 것도 유가족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보내기 위한 시간도 과정도 사회는 전혀 제공해주지 않고 무조건 잊으라고만 하고 있다. 이는 유가족을 향한 다른 폭력이자 야만이다.

 

조금씩 동력을 잃어가는 보였던 세월호특별법 제정의 당위를 나경원 의원이 환기시켜준 것은 솔직히 의외다. 때로 반전의 계기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생긴다. 바쁜 방미 일정의 와중에 고맙게도 그녀가 보내온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절차와 과정이 사라진 세월호 정국 수습방안은 절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보편적 상식을 가진 시민들에 의해 저항받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듯이 절차와 과정보다 언제나 결과에 집착했던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향해 강렬하고 강력한 메시지가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역시나 틀린 말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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