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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들은 왜 맥도날드로 몰려갔을까?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이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그들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앞에서 '맥도날드 규탄대회'를 열고 맥도날드가 아르바이트생들만 고용해 최저임금만 주는 형태로 노동착취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알바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맥도날드는 관리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계약기간이 최대 1년으로 정해져 있어 관리자들의 눈치밥을 먹으면서 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알바노조 회원들은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신촌에 있는 한 맥도널드 매장으로 자리를 옮겨 아르바이트생 부당해고와 근로자 부당 처우 등 맥도날드의 불법행위를 규탄하는 점거시위를 벌였습니다.

글로벌 대기업 맥도날드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왜 알바노조 회원들은 맥도날드 매장을 점거하면서까지 시위를 벌어야만 했을까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오포세대'의 하소연과 그들의 절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맥도날드는 브랜드 전문 시장조사업체 밀워드브라운이 발표한 '2014년 글로벌 브랜드 TOP100'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할 정도의 세계적인 슈퍼기업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29위를 기록한 것을 보면 맥도날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항상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슈퍼기업 맥도날드는 근로자의 노동을 착취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최악의 노동환경을 지닌 그룹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맥도날드가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와 열악한 처우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바노조의 성명서에 바로 그 해답이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매장의 사이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지점을 총괄하는 점장 1인에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 매니저 몇 명, 그리고 다수의 아르바이트생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점장과 매니저(퍼스트 & 세컨드)는 정식직원이고 나머지 아르바이트생들은 계약직입니다. 매장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절대다수의 노동자는 최저임금만 받는 아르바이트생들로 채워 놓고, 극소수의 정규직 직원만으로 매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입니다.

문제는 맥도날드의 이와 같은 매장운영방침입니다. 맥도날드는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정규직이 수십명의 비정규직 계약직을 지휘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결국 계약직인 아르바이트생들은 정규직인 점장과 매니저들의 눈치를 보며 일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의 횡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맥도날드는 이와 같은 피라미드식 지배구조를 십분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1년 단위로 계약(그것도 최소시급만을 지급하는 악의적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계약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규직 직원에 맞춰 조직이 최적화되어 있다면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생들의 처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노동착취와 부당처우 등이 자행되고 있을까요?





'꺽기'는 맥도날드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의 횡포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꺽기'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무표를 조작하거나 강제로 조퇴 혹은 늦게 출근시키는 행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알바노조가 2014년 연말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맥도날드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중 무려 65% '꺽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55) 사용자는 소정의 근로일수를 지킨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일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만 합니다. 주휴수당은 사용자가 유급휴일에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통상치의 하루 시급을 주급과 별도로 산정해서 지급해야 하는 수당입니다. 그런데 맥도날드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이른바 '꺽기'라는 불법을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의 조그마한 희망마저 꺽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부당해고 역시 맥도날드가 비난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지난해 맥도날드로부터 부당하게 해고통지를 받았던 이가현씨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가현씨는 재계약을 며칠 앞두고 느닷없이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녀가 맥도날드의 '꺽기관행 등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맥도날드 불법행위 폭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것이 해고의 이유였습니다.

맥도날드측은 이에 대해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정당한 계약해지였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만, 사람들의 생각은 그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소식을 접한 만 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은 맥도날드 한국지사장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며 맥도날드의 부당해고를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맥도날드의 노동착취와 부당행위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1,6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맥도날드의 횡포는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사업자가 고용을 할 때 반드시 작성해야만 하는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의 정보가 담겨있는 근로계약서 조차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54%에 달했으며, 월급을 떼인 경우도 22%나 되었습니다. (맥도날드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가현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사측 승소의 결정적 이유가 됩니다. 현재 맥도날드는 이를 이가현씨에 대한 정당한 해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나중에 법적인 공방에서 발목을 잡힐 공산이 매우 높습니다.)

최저임금(시급 5580)은 법이 정해놓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최저임금의 한계선을 적시한 것이지 모든 사용자가 최저임금을 노동자에게 지불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데 맥도날드는 매 해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자의 대부분을 최저시급만 지급하는 계약직 아르바이트생들로만 채워넣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꺽기', '부당해고', '임금체불',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을 서슴없이 자행하며 악마같은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그리고 너무나도 뻔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국적기업인 맥도날드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극대화시키는 노동착취와 부당행위 등을 통해 엄청난 고속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맥도날드는 최악의 불황이라는 국내경기의 악재를 뚫고 지난 2013년 매출 1,259억 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침체에 맞물려 다른 국가에서 매출이 급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성장세가 뚜렷합니다이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오포세대'의 절망과 탄식을 먹고 성장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시간제 일자리를 마련해서라도 고용율 70%를 달성하라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규직 고용조건을 완화시켜서라도 대기업 우선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이 정부에게 저들의 외침은 사회적 '루저'들의 푸념이자 하소연에 불과합니다.

이 말은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인간 관계' '내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까지 나타난 마당에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칠포세대, '십포세대'가 등장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세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연대'만이 이 살벌한 정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출구입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규합하고 부당함에 맞서 강력하게 저항해야 합니다. '오포세대'의 비루한 현실은 어쩌면 나와 당신, 내 아이와 당신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바노조의 외침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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