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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정부가 국정 파탄? 후안무치한 한국당의 어깃장

'썰'이 무성했던 '배현진·길환영' 자유한국당 영입설이 현실이 됐다. 한국당은 8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뤄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들을 공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입당식은 9일 있을 예정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은 배 전 아나운서를 서울 송파을에, 충남 천안 출신의 길 전 사장을 충남 천안갑에 각각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카드라는 판단에서다. 송 전 차관의 경우 현재 이철우 의원이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경북 김천시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 지역 출마가 유력시 된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파탄'과 '경제 파탄'을 심판하는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지방선거를 치르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위장평화 기만전략에 속아 넘어가 한·미·일 동맹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민생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지난 5일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와 같은 지방선거 전략 아래 김무성·정진석 의원을 '북핵폐기추진특위'와 '경제파탄대책특위' 위원장에 각각 임명했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특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곳곳에서 국정 파탄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소 6월 선거 때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파탄, 안보 파탄, 경제 파탄에 대해 두 전직 대표에게 지휘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 오마이뉴스


어언이 벙벙해진다. 지금껏 숱하게 목도해온 탓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거늘, 어쩜 저리도 뻔뻔할 수 있을까.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를 거덜낸 전직 임원들이 조직을 회생시키기 위해 영입된 전문 경영진을 상대로 생떼를 쓰는 꼴이니 어찌 아니 그럴까. 단체로 망각의 샘물이라도 드신 겐가. 국정 파탄, 안보 파탄, 경제 파탄 '3관왕'을 달성한 과거는 이제 남의 일이 된 모양이다. 정말, 대단들 하다.

그나저나,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따져보자. 정말 저들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이, 안보가, 경제가 파탄났는지를 말이다. 아니, 사실 이는 일일히 따져볼 필요조차 없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저들의 주장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의 폐해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상흔을 딛고 들어선 정부다.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사태는 국가의 위상과 품격을 한없이 훼손시킨, 정치사에 길이길이 남을 오명이자 수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공동정범이자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한 한국당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하다.

한국당이 주장이 얼토당토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연일 각을 세우는 한국당과 달리 외부의 시선은 긍정적 평가 일색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지 6개월 만인 2017년 9월 미국 아틀란틱카운슬(Atlantic Council) 주관으로 열린 '세계시민상'(Global Citizen Award)을 수상했다. 세계시민상은 시민의식의 구현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인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상으로 문 대통령은 올해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중국계 피아니스트 랑랑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2월에는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의해 '올해 세상을 바꾼 사상가 50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포린폴리시는 "5월에 취임한 문 대통령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북핵 이슈 같은 난제들을 더 많이 다뤄본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며 "평화를 향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평양과 워싱턴에 대안을 제시했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의 위기대처 능력과 대북·외교 정책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높아졌다. 외신들은 전쟁위기설이 나돌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남북관계를 평창올림픽을 통해 극적으로 풀어낸 문 대통령의 외교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안팎의 우려와 달리 평창올림픽 역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에서의 기억은 온종일 말해도 부족하다"고 표현할 만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성공적인 대회로 마무리됐다.

대북특사단이 안고 돌아온 세계가 깜짝 놀랄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소식은 또 어떠한가. 외신들은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잠정중단 합의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하며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낸 문 대통령을 연일 띄우고 있다. 심지어 대북 강경 노선을 고집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한국과 북한에서 발표한 성명은 매우 긍정적이다. 북미대화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이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표명하며 한반도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를 '데탕트'에 견주며 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고 극찬하고 있다. 국정과 안보가 파탄났다는 한국당 주장과는 달리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6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도대체 뭘 보고 저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건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 서울경제


'경제 파탄' 주장 역시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한때 한국당과 한솥밥을 먹었던 경제전문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28일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열린 교유회 특강에서 나온 발언이다. 유 대표의 이날 발언 중 경제 관련 내용만 따로 묶어 정리해 보겠다.

"지난 2007년 정권을 교체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보낸 현재 보수가 경제성장을 잘 시킨다는 얘길 부끄러워서 할 수가 없다. 한때는 국민도 경제는 보수라며 우리를 믿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이 됐다. 경제는 DJ·노무현 정권 때보다 성적이 못하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나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김대중 정부 때 5%, 노무현 정부 때 4%, 이명박 정부 때 3%, 박근혜 정부 때 2%가 성장했다."

유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경제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면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의 경제 정책 운용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주 박한 평가를 내렸다. 어떤가. 옛 동료의 냉정하기 짝이 없는 신랄한 평가를 보고도 감히 '경제 파탄'이라는 주장을 입에 담을 수 있나. 과거 한나라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 거품물고 비난했던 자들로서, 이쯤되면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보편적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지난 9년 동안의 경험을 조금만 떠올려 보다면 한국당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그럼에도 그들은 불과 1년 전 스스로 정권을 말아먹은 당사자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선거철이 돌아 오니 예의 본능이 '꿈틀꿈틀' 기어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없는 얘기도 지어내 정략적으로 악용했던 그 못된 관성 말이다.

앞서 언급한 '배현진·길환영' 영입도 같은 맥락일 터다. 이들을 통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을 공략하며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전략적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이 '언론 장악' 운운하는 것부터가 언어도단인 데다가, MBC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동안 <뉴스데스크>의 앵커자리를 꿋꿋이 지켰왔던 배 전 아나운서나, KBS를 '땡전뉴스'류의 정권 비호 방송으로 전락시킨 길 전 사장이나 시민의 불신을 받고 있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온 국민을 비통과 자괴감 속에 몰아넣은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은커녕, 한국당은 여전히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염치는 고사하고 비릿한 권력본능만을 여실히 드러낸 채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그 모습에 질려 여론이 '확' 돌아섰는데도 말이다. 황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탄핵을 당하고서도, 정권을 빼앗기고서도 합리적 보수층이 등을 돌린 까닭을 저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시쳇말로 '백약이 무효'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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