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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장학재단에 전 재산 기부했다는 MB, 에라이~

오마이뉴스


바레인을 방문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바레인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 전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의 성장사와 성공담, 대통령 재임 시절의 업적 등이 깨알같이 소개된 이날 강연 내용 중 특별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대목이 있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모은 전 재산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장학재단에 출연했다고 밝힌 부분이 그렇다.

"나의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실 것이다'. 늘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중략)...나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나의 재산을 가난한, 제가 어렸을 때 힘들었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에 모두 출연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강연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는 일순간에 뜨거워졌다.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관련 기사에는 이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뻔뻔함'을 성토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는 거다. 전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는 이 전 대통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청계재단의 설립 과정과 이후 재단운영의 흐름을 살펴보면 대중들이 발끈하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시작부터 떨떠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전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건 지난 2007년 12월 7일, 17대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 게다가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BBK 의혹, 다스·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터였다. 그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재산 증식과 관련된 국민적 의혹을 장학재단 출연으로 무마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장학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된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7월 6일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기부의 방식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만든 청계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기 소유의 서울 양재동 영일빌딩, 서초동의 영포빌딩과 대명주빌딩을 내놓았다. 당시 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자신이 만든 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이른바 '셀프 기부'를 진정한 의미의 기부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청계재단의 임원진 구성과 재단 운영 과정 역시 요상했다.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대학동기로 후원회장을 맡았던 전력이 있다. 이사진 역시 하나 같이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 일색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도현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현 울산대 총장),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현 숙명여대 교수) 등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며, 이상주 변호사는 심지어 사위다. 그런가 하면 재단 감사인 김창대 세일이엔씨 대표는 고교동창이자 이 전 대통령 후원회 '명사랑' 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재단 임원진 다수가 이 전 대통령과 아주 밀접한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게 항상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얘기를 하면 좀 어려워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때,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특별당비를 내게 돼 있었어요. 30억을 자기 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돈을 친구가 빌려줘서 낸 걸로 했죠. 30억을 친구한테 빌려서 냈어요. 그러면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갚아야 되는데 자기가 갚아야 되는데 청계재단에 빚을 떠넘깁니다. 떠넘겨서 청계재단이 그 이자를 대신 갚고 있는 거죠. 바로 그런 겁니다. 자기 빚을 청계재단을 통해서 갚는 것으로 출발했어요, 이미 처음부터. 굉장한 꼼수입니다. 자기 빚을 재단이 갚고 있고요, 현재도."


ⓒ 오마이뉴스


이 전 대통령이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을 자신의 채무 변제에 활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9월 2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교통방송'에서 김어준 공장장과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청계재단의 설립과 자금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와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요컨대, 이 전 대통령이 지인인 천신일씨에게 빌린 특별당비 30억원을 청계재단 소유인 대명주빌딩에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을 받은 뒤 갚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전 대통령이 장학사업에 쓰여할 재원을 사적으로 끌어썼다는 얘기다.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방송 내용 중 주목할 것은 또 있다. 장학재단인 청계재단이 복지재단으로의 고유목적사업 변경을 시도하면서 미인가 대안학교에 2년에 걸쳐 약 6천만원 정도를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방송에서 안 전 청장은 미인가 대안학교의 운영자와 설립을 도와준 조력자가 각각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과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목사라고 밝힌 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익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청계재단의 장학금 지급액과 수혜 학생들의 수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일 비영리 민간 연구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가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계재단이 2016년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 총액은 2억668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장학사업 시행 첫해인 2010년의 6억1915만원에 비해 43%가량 줄어든 것으로, 청계재단 총 자산규모 505억원(2016년 12월 기준)의 0.5%에 해당하는 액수다.

장학금 수혜자도 해가 갈수록 줄어 들고있는 추세다. 대학연구소는 청계재단 장학생 수가 2010년 445명에서 2016년 134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6년 사이에 수혜 학생수가 70%나 급감한 것이다. 반면 청계재단은 2016년 직원 급여와 관리비 등을 포함해 운영비로 7억698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 지급금액보다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기형적인 구조로 재단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이후 기부금 모금액이 전무하다는 사실도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청계재단의 설립과정과 운영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장학사업은 단지 명목에 불과할 뿐, 재단 설립에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부지기수인 것이다. 가만 보면, BBK·다스·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 등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들은 하나 같이 복잡난해하고 불투명한 것들 일색이다. 무수한 의혹에도 실체가 아직까지 묘연했던 이유일 것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개인 철학이 있었다. 최고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청계재단 설립 발표 당시 날린 '개드립'이다. 이 전 대통령의 개인 철학은 알 바 아니나, 그의 전 재산 기부가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 재산을 출연하겠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재단에 기부하고, 재단 임원진에 자기 사람을 심고, 재단 기금을 자신의 채무 변제에 활용하고, 친소관계에 있는 인물에게 재단 기금을 지급하고, 재단 설립의 본래 목적인 장학사업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니 왜 아니 그러겠나. 해서 장학재단에 전 재산을 출연했다는 이 전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에 이런 얼토당토않은 기부도 있답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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