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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대선경선, 호남지역의 승부가 중요한 이유

ⓒ 오마이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선거인단 신청이 21일 마감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선거인단 신청자수는 총 214만330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2년 경선 당시의 108만명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선거인단 신청자수가 예상을 훨씬 웃돌자 민주당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박경미 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에 214만3천300명의 국민과 당원이 참여한 경선은 정당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 최적의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경선 선거인단 모집 열기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된 1차 모집기간에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모집 첫날이었던 2월15일 신청자수가 30만명을 넘어서며 큰 화제를 불러모았고, 이후에도 하루 평균 7~8만명 가량이 꾸준히 신청하면서 총 162만9025명의 선거인단이 모집됐다.

지난 12일부터 재개된 2차 모집에서도 이 흐름은 이어졌다. 이 기간동안 약 52만여명이 선거인단으로 추가 등록했.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 19만5000여명을 제외하면 약 190만명의 일반인 유권자가 민주당 대선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이제 관심은 선거인단의 표심이 과연 어느 후보에게로 향하느냐에 쏠린다. 유불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심을 장악한 문재인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선거인단수가 200만명을 넘어서며 당심과 민심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만큼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해볼만해졌다는 관측도 있다.


당심은 물론이고 전국 지지율에서도 앞서고 있는 문 후보가 선거인단수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대거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 후보가 고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각 후보 캠프에서는 기록적인 선거인단수가 경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선거인단의 지역별 분포도다. 지역별 편차가 워낙 커서 전체 판세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난 1차 모집 선거인단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강원·제주 포함)이 69만여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호남권이 27만여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영남권의 선거인단수가 21만여명, 충청권이 13만여명 순이었다.

2차 모집 선거인단을 합산한 결과에서는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수도권에서 신청자가 급증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소폭 상승에 그친 것이다. 최종 집계 결과를 보면 전체 선거인단의 의 56.5%인 121만여명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고, 호남지역은 27만4000여명(12.8%)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이어 영남지역이 21만2000여명(9.9%), 충청권이 13만7000여명(6.4%)을 기록했다.


ⓒ 리얼미터


이같은 결과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수를 기록한 수도권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순회 투표가 열리는 지역이자 두 번째로 많은 선거인단을 차지하고 있는 호남권의 선거 결과가 대단히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선거인단수를 기록한 수도권과 가장 먼저 투표가 시작되는 호남지역에서의 각 후보별 지지율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리얼미터의 3월 3주차(15~17일) 차기 대선 여야 다자구도 지지도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두 지역 모두 문 후보가 안 후보와 이 후보에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수도권에서는 문 후보가 40.1%의 지지율을 기록해 안 후보(13.2%)와 이 후보(11.5%)를 앞서가고 있다.


호남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도 문 후보는 37.1%의 지지율을 기록해, 안 후보(15.1%)와 이 후보(15.4%)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호남지역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전주 대비 3.4% 가량 하락한 반면, 안 후보는 6.7% 가량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종합해보면 전체적으로 문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안 후보와 이 후보가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과 탄탄한 조직력은 문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캠프 안팎으로부터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고, 호남 지역의 민심이 유동적이라는 점은 불안 요소다. 특히 지난 주말 '전두환 표창장' 발언 논란 등으로 큰 홍역을 치뤘던 문 후보이기 때문에 이 지역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상승세가 꺾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이 15%대를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고, 선명성을 앞세운 이 시장의 막판 세 결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문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에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첫 경선이 펼쳐지는 호남지역에서의 승부가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호남은 야권의 심장부이자 상징과도 같은 지역으로, 기선제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곳이다. 대세론을 이어가려는 후보에게나, 대세론을 꺾으려는 후보에게나 호남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절대 성지인 것이다. 


지난 2002년의 노무현 후보, 2007년의 정동영 후보, 2012년의 문재인 후보 모두 이 지역에서 1위를 한 여세를 몰아 결국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됐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경선 초기 한 자리수의 지지율에 머물렀지만 호남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경선 판도에서 이 지역의 승패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호남지역의 선거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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