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

MBC에서 제2의 손석희가 나올 수 없는 이유

ⓒ 미디어오늘


MBC 8대 노동조합위원장이었던 정찬형 전 MBC PD는 지난해 12 4 TBS 교통방송 신임사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이력에서 보듯 그는 MBC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던 인물이었습니다. 지난 2012 MBC 파업 당시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간부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파업을 이어가는 후배들을 측면에서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교통방송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제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방송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신명이 나야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도 나오므로 법이나 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율성 보장과 제작비 등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윗선의 오더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받고 있는 현 방송 환경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는 33년 동안이나 몸담았던 MBC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저널리즘의 실종'을 꼽았습니. 이어 지금같은 상황에서라면 "MBC에서는 제2의 손석희가 나올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MBC에 미래가 없다는 그의 진단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킵니다. 신뢰받는 공영 방송 1위를 달리던 MBC가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MBC의 추락과 몰락에는 바로 이 남자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 연합뉴스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재임기간은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는 2010 2 26일부터 방문진에 의해 해임이 결정된 2013 3 26일까지 MBC의 사장으로 재임했습니다 3년 동안 MBC는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고 암흑기와도 같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MBC는 '정권의 혓바닥'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국민들의 마음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야만 했습니다

 

오늘의 MBC를 만든 장본인 김재철 전 사장은 철저히 MB정권을 위해 존재한 사람이었습니다. 갖은 추문과 의혹에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도 MB정권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MB가 자신의 멘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고대 1년 후배인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같은 교회(소망교회) 집사인 임진택 MBC 감사 등의 인맥으로 든든하게 보호막을 쳐준 덕분에 그는 수많은 논란과 추문 등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이나 사장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2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무려 170일에 달하는 장기파업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 회복' '김재철 사장 퇴임'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MBC본부는 국회와 방문진, 그리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약속을 믿고 파업을 종료했지만 그는 여전히 MBC의 사장으로써 방송을 쥐락펴락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파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노조원들을 전보조치하거나 인사조치하는 등 대대적인 보복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전보다 더 강팍해져 돌아온 그의 폭주는 장기간에 걸친 파업의 의미를 한순간에 소멸시켜 버렸습니다



ⓒ 뉴시스


파업 이후 MBC는 이전보다 더 수준낮은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 잦은 방송사고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심심치 않게 내보냈고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MBC를 더욱 외면했습니. 급기야 MBC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최일구, 오상진, 문지애, 나경은 아나운서 등이 파업 이후 달라지지 않은 방송 환경에 실망해 MBC를 떠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 MBC로부터 마음이 멀어진 것은 시청자들뿐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김재철 전 사장의 해임 이후에도 MBC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김종국 전 사장과 현 안광한 사장이 부임했지만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진 것입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두 사람은 '김재철의 아바타'라 불리던 인물이었습니다김종국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진주·마산 MBC 통폐합을 주도하며 이에 반대하는 노조원 10명을 무더기 해고시킨 전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또한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MBC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반노조주의자'이기도 합니다


현 안광한 사장 역시 마찬가지입니. 그는 김재철 체제에서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MBC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6명의 언론인들을 해고하고 노조원에 대한 무더기 징계처분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또한 지난 2010년에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었던 <후플러스>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불방 사태를 야기하는 등 공영방송 MBC 제작 자율성을 크게 위축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6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6년은 한 조직을 장악하고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이죠김재철 전 사장부터 시작해서 김종국 전 사장을 거쳐 안광한 현 사장에 이르는 그 기간은 MBC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이 실종되고,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사라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 결과 신뢰받던 공영방송 1위의 MBC는 오늘날 신뢰도와 공정성, 유용성 부분에서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사로 전락하고야 말았습니다.



ⓒ 오마이뉴스


교통방송의 정찬형 사장은 현재의 상황이라면 "MBC에서는 제2의 손석희가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손석희는 뚜렷한 소신과 분명한 원칙을 가진 참다운 언론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그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부임한 후 <JTBC 뉴스룸>은 지상파 방송을 제치고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은 방송에 꼽히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지상파 방송이 아닌 <JTBC 뉴스룸>이 신뢰도 1위의 방송으로 우뚝서게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경이로운 반전을 이끈 인물이 바로 손석희입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보다 더 명징한 선언은 없습니다MBC에서 제2의 손석희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단순명료합니다저널리즘에 입각해 공정하고 진실된 보도를 천작해야 할 언론인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죠. 김재철과 김종국, 그리고 안광한 사장으로 이어진 6년 동안 MBC는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저널리즘을 하수구에 내팽게 쳐 버렸습니다. 오늘날 MBC에서는 도저히 희망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무늬만 공영방송인 MBC의 봄은 과연 언제 도래하게 될까요? 






♡ 바람 언덕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1인 미디어입니다 

♡ 여러분의 공유와 공감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 바람 언덕 응원하러 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