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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학생 울리는 반값등록금 실현 광고

 최근 참여연대  13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고객 개인정보를 불법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게 1mm 작성된 항의서한을 전달해 화제가 됐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홈플러스가 무려 2000만건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넘겨 231억원의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됐다.

그런데 법원은 홈플러스 측이 매장에서 고객에게 제공한 응모권에 1mm 크기의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있다' 내용을 표기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mm 크기로 적혀있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소머즈'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에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어이없는 법원의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1mm 크기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 허밍턴포스트


법원의 판결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을 편드는 '봐주기 판결'이라는 것은 삼척동자가  아는 일이다. 절대로 '소머즈'   없는 소비자가 대기업 재벌의 꼼수에 당하지 않으려면, 성능좋은 돋보기로 하나 하나 뭐가 어떻게 쓰여있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수밖에 없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라에서는 개별 주체인 시민들이 뭐든지  알아서 해야만 살아갈  있다. 목숨도, 안전도, 건강도 시민들이 알아서 확인하고 챙겨야 하는 마당 이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돋보기까지 들고 다녀야  판이다. 이래저래 시민들이 살아가기가 점점 고단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 가리고 아웅'하는 비근한 예에 불과하다. 금방 들통이  얕은 꼼수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경우가 어디 이뿐이랴. 조금만 시야을 넓혀 보면 우리 사회에 ' 가리고 아웅'하는 사람들은 지천에 널리고 널려 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 아시아경제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버스와 지하철, KTX 등에 내걸고 있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했습니다'라는 광고야말로 ' 가리고 아웅'하는 눈속임의 전형적인 예다. 말이 반값등록금이지  속을 들여다 보면 '반값'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의 광고는 터무니없는 허위광고이며, 홈플러스의 정부 버전이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반값등록금은 학생들의 소득수준을 차등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것도 대학과 공동부담해 장학금 혜택으로 주어진다. 소득 수준을  8개로 나누어 1~2분위는 100%, 3~4분위는 75%, 5~7분위는 50%, 8분위는 25%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서울 시립대의 경우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선별적 지원일 뿐이다.

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정부의 광고를 무색하게 만든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집계 결과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41.7% 불과했다.  숫자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했습니다'라는 정부의 홍보를 민망하게 만드는 수치다. 따라서 정부의 광고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들이다.



ⓒ 뉴시스


많은 사람들은 반값등록금을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공약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선거 압승 이후  약속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자취를 감추었던 반값등록금은  이후 2007 대선, 2012 총선과 대선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5 말부터 '반값등록금을 실현했습니다'라는 괴문서가 나돌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절반 이상은 구경도 하지 못한 반값등록금을 정부가 실현했다고 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없다.

정부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정체불명의 괴문서를 대량 유통시키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치적을 하나라도  쌓아 놓기 위함이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서라도 고용률을 높이려는 것도, 노동자의 목줄을 옭죄는 노동개혁()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굴욕적인 위안부 협상을 잘한 협상이라 우기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치적을 쌓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내용이야 어떻든 지속적으로 관련 사실을 호도하게 되면 내용은 휘발되고 결국 이미지만 덩그라니 남겨 진다는 사실을 저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가 대통령의 치적으로 길이 남게 된다는 사실도.




ⓒ 시사뉴스투데이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한 기대와 믿음의 척도인 신뢰는 상호 간의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반값등록금 실현 광고는 좋게 보면 '꼼수'이고 나쁘게 보면 '사기'. 유권자를 교묘하게 농락하고 기만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청춘들을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대통령으로서 치적을 쌓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탈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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