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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우리나라에 강력한 제3당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18) 창당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는 기사를 접한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 3 26일 창당한 신생 정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창당한 지 이제 불과 1년이 갓 지났을 뿐인 정당이 창당 6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는 없다.

필자처럼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문재인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오랜 전통과 뿌리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축사를 통해 "(민주당은) 60년 전 1955 918일 사사오입 개헌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범야권이 결집해 탄생한 당"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재인 대표는 1년짜리 신생 정당에 불과한 새정치민주연합에게 60년의 유구한 역사성을 부여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문재인 대표의 축사를 논평하는 것은 지극히 무의미하다. 더불어 창당 60주년을 자축하고 있는 이 기이한 조직의 기념행사 역시 필자에게는 아무런 감흥조차 없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문재인 대표의 축사나, 창당 60주년 행사 소식을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문재인 대표의 말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뿌리가 서슬 퍼런 독재에 맞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개척해 온 '민주당'에 닿아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목마름과 치열함으로 그들은 국민과 함께 87년 민주화를 이끌어 냈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 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김대중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의 빛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비록 과정의 오류와 실책은 있었을 지언정 민주당이 지난 60년 동안 반민주반독재 투쟁을 통해 이 땅의 척박한 민주주의를 일구워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맞다, 저 당은 지난 60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험난한 길을 마다않고 걸어 온 뿌리깊은 정통 야당이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전혀 새로울 것 없었던 이 조직의 창당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온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맥을 잇고 있다며 자랑스레 60년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정당의 현재 모습은 민망함 그 자체다. 국민들로부터 '새누리 2중대'라는 치욕스런 오명을 쓰고 있는 현실이 이 정당의 위기와 참담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 의미로 고작 1년에 불과할 뿐인 이 정당이, 그것도 정통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온 이 정당이 민주당 60년의 역사를 도용하는 것은 오만할 뿐더러 뻔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면한 문제점을 한 두가지로 규정짓기는 대단히 난해하다. 이는 각양각색인 이 정당의 철학과 노선을 구분짓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이 정당은 지금 지독한 중병을 앓고 있다.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를 어느 한 두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이 정당이 처해있는 문제의 본질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판이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진 구성원들 간의 내분과 갈등이 이 정당의 위기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정치정당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리해주는 도구이다. 따라서 정당은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이념과 정치 철학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 60년 동안 민주당은 큰 틀 안에서 이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혀 왔다. 그러나 중도층을 겨냥하겠다는 목표 아래 당의 노선을 '우클릭'한 이후 이 정당의 모습은 이전과 상이하게 달라졌다. 이 시기는 당이 쇠락하기 시작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제 이 정당과 새누리당의 차이는 누가 더 보수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외피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변화와 개혁, 정치 혁신을 위한 시대정신은 이 당에서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새누리 말고는 내세울게 거의 없는 이 정당이 그들 못지않는 기득권에 대한 집착과 권력에 대한 강한 탐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닐 바에야 모르는 이가 없다. 현재 혁신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지독한 내홍 역시 이를 다시 한번 재확인시켜주는 웃지 못할 촌극일 뿐이다.

창당 60주년을 맞는 자리에서 저들은 어색하게도 당의 '단결'을 외쳤다. 분당까지 거론되고 있는 최악의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저들의 노력이 애처롭고 눈물겹다. 그러나 가치관과 철학, 노선의 정리없는 봉합만을 위한 '단결'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회생시켜 줄 동아줄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무색무취의 이 노쇠한 정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일이다. 잃어버린 야성을 찾는 일이며, 분명하고 선명한 철학과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설사 그것이 당의 분당을 촉발시킨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몰골은 어떠한가. 한심하다는 것 밖에는 달리 나올 말이 없다.

자신이 맹수라는 사실을 잃어버린 호랑이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야 할 급선무는 형식적이고 허울뿐인 '봉합' '단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고 뚜렷한 색채를 가진 정당, 노동자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선명하고 강력한 야당, 즉 과거의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당은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린 채 60년의 명맥에 기대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근근히 이어가려는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정당의 미래가 지극히 암울해 보이는 이유다.





한국 정치의 비극은 사실상 양당제로 운영되고 있는 정치지형 하에서 유권자의 선택지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데에 있다. 이같은 환경은 지역주의와 함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두 거대정당이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의 당위를 망각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7년의 폭주와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여전히 저급한 막장 수준에 머물러 있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는 커녕 갈수록 바닥을 향하고 있다면 이제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려해 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는 두 거대 보수 정당의 변화와 각성을 이끌어 내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원내 제1당과 2당을 차지할 수 있다면 저들이 굳이 유권자들의 요구와 시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까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수억년이 넘도록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생물들이 진화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진화할 필요가 없는 우월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우월한 유전자(지역주의)를 가지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정당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정당이다. 저 두 정당이 각각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변치않는 믿음과 착각에 빠져있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레벨업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저들보다 먼저 변해야 한다. 유권자 스스로 정치권의 변화와 각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강력한 제3당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이며,  유권자들이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당위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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